‘히구루마 히로미’ 실검이 비추는 것: 대중은 왜 ‘재판’ 서사를 소비하는가
만화 『주술회전』의 캐릭터 ‘히구루마 히로미’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현상은 단순한 팬덤의 소동으로 치부하기엔 흥미로운 사회적 단서가 많다. 그의 핵심 설정은 ‘영역전개’가 재판 형식으로 진행되며, 식신 ‘저지맨’이 피고인의 과거 혐의를 무작위로 골라 심리하고, 히구루마는 그 혐의를 완전히 알지 못한 채 ‘증거’를 받아 논증한다는 점이다. 대중이 지금 이 이름에 반응하는 이유는, 결국 ‘힘의 서사’가 아니라 ‘판단의 서사’가 우리 일상과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재판은 법정 안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여론의 법정, 플랫폼의 법정, 커뮤니티의 법정이 일상적으로 작동한다. 누군가의 과거 발언과 행적이 발굴되고, ‘증거’가 짜깁기되며, 판결이 공유와 확산의 속도로 내려진다. 히구루마의 재판이 ‘랜덤 혐의’로 시작된다는 설정은 특히 의미심장하다. 현실에서도 우리는 사건의 전체 맥락보다, 알고리즘이 골라준 일부 장면과 자극적 쟁점에 의해 분노하고 결론을 서두르는 경우가 많다.
역사적으로도 ‘공개적 심판’은 권력과 군중심리의 경계에서 늘 위험했다. 중세의 마녀사냥, 근대의 인민재판, 독재정권기의 관제재판은 모두 절차와 증거가 아니라 ‘기세’가 진실을 대체한 사례들이다. 물론 오늘의 한국은 법치의 틀 위에 있다. 그러나 사회적 논쟁이 격화될수록, 우리는 법정이 요구하는 엄격한 기준(입증책임, 증거능력, 반대신문, 무죄추정)을 불편해하며 ‘빨리 결론’ 내리기를 선호하는 유혹에 빠진다. 실검의 한 캐릭터가 환기하는 것은 바로 이 불편한 진실이다.
히구루마 서사의 또 다른 핵심은, 재판을 주관하는 당사자조차 사건을 “완전히 알지 못한 채” 판을 시작한다는 점이다. 이는 오늘날 ‘지식의 비대칭’과 ‘정보의 과잉’이 동시에 존재하는 환경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정보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중요한 맥락은 빠져 있고, 확인 가능한 근거는 부족하며, 반론을 들을 시간은 없다. 그럼에도 각자는 판사와 배심원이 되어 누군가를 단죄하거나 면책한다. 이때 공정은 절차가 아니라 인상과 진영에 의해 정의되기 쉽다.
그래서 이번 실검은 문화현상을 넘어 사회의 경고등으로 읽힐 필요가 있다. 첫째, 플랫폼은 ‘분노를 성과로’ 환산하는 구조를 완화해야 한다. 둘째, 언론과 커뮤니티는 의혹 제기와 사실 확인의 경계를 더 분명히 해야 한다. 셋째, 시민 역시 자신의 ‘판결 욕구’를 점검해야 한다. 내가 본 것은 전체 사건인가, 편집된 하이라이트인가. 내가 요구하는 것은 정의인가, 응징의 쾌감인가. 이 질문을 회피하는 순간, 여론은 언제든 절차적 정의를 압도한다.
‘히구루마 히로미’가 실검에 오른 것은 우연한 유행이 아니라, 우리가 재판과 처벌, 증거와 공정에 대해 얼마나 예민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징후다. 문화가 던지는 질문을 가볍게 흘려보내지 말아야 한다. 사회는 더 빠른 판결이 아니라 더 단단한 절차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우리는 클릭과 공유로 참여하는 ‘즉석 재판’의 유혹을 경계하며, 사실과 근거, 반론의 시간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공론장을 재정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