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왜곡죄’가 묻는 것: 사법 신뢰 회복인가, 정치의 사법화인가
‘법왜곡죄’가 국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실시간 검색어를 달군 이유는 단순히 새 죄명이 낯설어서가 아니다. 판·검사를 겨냥해 최대 징역 10년까지 가능하다는 보도가 나오자, 한쪽에서는 “사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환호가, 다른 한쪽에서는 “고소·고발이 난무해 사법이 마비될 것”이라는 공포가 동시에 분출했다. 법을 통해 정의를 세우자는 요구와, 법이 정치적 도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경계가 정면충돌한 것이다.
사법 불신이 누적된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판결의 설득력이 부족하거나, 수사·기소가 선택적으로 보인다는 인식이 커질수록 ‘법을 다루는 사람’에 대한 통제 요구도 커진다. 민주주의에서 권력은 견제돼야 하고, 법조권력도 예외가 아니다. 문제는 그 견제가 “판단의 오류”와 “고의적 왜곡”을 얼마나 정교하게 구분하느냐에 달려 있다. 구분에 실패하면, 사법 책임을 묻는 장치가 아니라 불복을 제도화하는 무기가 된다.
역사적 맥락을 보자. 일부에서는 독일의 ‘법왜곡’ 처벌이 오래됐고, 전후 나치 부역 판사 처벌과도 연결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사례가 곧바로 한국에서의 정당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전후 청산이라는 특수한 과제와, 일상적 사법운영의 분쟁은 성격이 다르다. 오히려 독일에서 최근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시사하는 바는 간단하다. ‘있어야 할 법’일 수는 있어도, 남발되면 제도 자체가 정치화되기 때문에 높은 문턱을 유지해온 것일 수 있다.
이번 법을 둘러싼 최대 쟁점은 “사법의 책임성 강화”가 “사법의 독립 훼손”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법이 모호하면, 판결·수사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 당사자들이 ‘왜곡’ 프레임을 씌워 형사책임을 묻는 전략을 택할 수 있다. 그러면 법관은 판결 대신 ‘고소 가능성’을 먼저 계산하게 되고, 검사는 불기소 판단을 ‘정치적 비난’뿐 아니라 ‘형사적 위험’으로도 느끼게 된다. 결과적으로 법은 더 신중해지기보다 더 방어적으로, 더 소극적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사법부는 성역”이라는 주장도 더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판·검사를 겁주자는 것이 아니라, 법이 공정하게 작동한다는 확신이다. 따라서 법왜곡죄가 필요한가를 묻기 전에, 필요한 설계가 무엇인지부터 따져야 한다. 고의성과 위법성이 명확히 입증되는 경우로 구성요건을 좁히고, 단순한 법해석의 차이·재량판단은 배제해야 한다. 수사 주체와 절차도 독립성을 확보해 ‘정치가 수사를 통해 판결을 재단한다’는 의심을 차단해야 한다.
이 법의 성패는 결국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책임성’ 사이 균형에 달려 있다. 법왜곡죄를 둘러싼 진영 대결은 당분간 더 거칠어질 것이다. 그러나 국회와 정부, 사법부는 감정의 파도에 올라타기보다 제도의 안전장치를 먼저 세워야 한다. 법의 취지를 살리려면 남발을 막는 높은 문턱, 투명한 절차, 그리고 판결·수사에 대한 비형사적 통제(징계·평가·기록 공개의 확대 등)까지 함께 패키지로 마련해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누가 감옥 가느냐’가 아니라, 다시는 ‘법이 왜곡된다’는 의심이 들지 않는 국가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