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책 밑줄 논란이 던지는 질문: 공공재를 대하는 시민의 품격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김지호’는 한 배우의 사과로만 끝날 사안이 아니다. 공공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 밑줄을 긋고 그 장면을 SNS에 올린 행위가 논란이 된 까닭은, 그것이 단순한 ‘실수’라기보다 공공재를 대하는 태도의 민낯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유명인의 행동은 늘 과도하게 확대되지만, 그만큼 우리 사회가 무엇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보여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도서관의 책은 개인 소유물이 아니라 공동체의 자산이다. 누군가의 밑줄과 낙서는 다음 이용자의 읽기 경험을 훼손하고, 결국 도서관이 지향하는 ‘평등한 접근권’을 침식한다. 공공재의 핵심은 ‘함께 쓰되, 나만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절제’에 있다. “습관이었다”는 해명은 개인의 사정을 설명할 뿐, 공공성을 침해한 결과를 상쇄하지 못한다. 습관은 고치면 되지만, 훼손된 공공 신뢰는 회복에 시간이 걸린다.
역사적으로도 공공재의 보존은 시민성의 척도였다. 도서관은 단순한 책 창고가 아니라 계몽과 민주주의의 인프라로 성장해 왔다. 인쇄문화가 확산되던 시기, 책은 지식의 공유를 통해 사회적 이동의 사다리를 제공했고, 그 사다리를 지탱한 것은 ‘규칙을 지키는 사용자’와 ‘책을 지키는 제도’였다. 공공재를 사적으로 점유하려는 충동이 커질수록, 공동체는 더 촘촘한 규범과 교육으로 균형을 회복해 왔다.
이번 논란이 특히 불편하게 다가오는 지점은 SNS 문화가 ‘사적 행위의 전시’를 통해 경계 감각을 무디게 만든다는 데 있다. 사진 한 장으로 ‘독서하는 나’를 증명하고 싶은 욕망이, 공공물의 손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만들었다면 문제는 개인의 실수에 머물지 않는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시대일수록, 정작 타인의 권리를 상상하는 능력은 퇴행할 수 있다. 공감의 결핍은 거창한 담론이 아니라, 도서관 책 한 권을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드러난다.
유명인의 책임도 짚어야 한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지만, 영향력이 큰 사람일수록 실수가 ‘학습 효과’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 사과는 출발점일 뿐이며, 같은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구체적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동시에 대중 역시 인신공격이나 낙인찍기 대신, 공공재 윤리를 재확인하는 방향으로 분노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 비난의 과잉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개선의 동력을 소모시킨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공공재 교육과 운영 시스템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 도서관은 훼손 방지 안내를 강화하고, 필기 습관이 있는 이용자를 위한 메모지·북마크 제공 같은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학교와 가정은 ‘빌린 물건을 원상태로 돌려주는 것’이 왜 공동체의 신뢰를 세우는지 구체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공공재는 누가 대신 지켜주지 않는다. 책에 밑줄 하나를 긋는 순간, 우리는 공동체의 자산에 손을 대는 시민이자 책임자가 된다는 사실을 모두가 다시 기억해야 한다.